Page 183 - 덕산성당 25년 발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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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서 멋진 답을 못하는 내가 한심했었다. 그 질문이 복음으로 나를 찾아 올 때면 자신 그러므로 교회에 따른 의무를 다하고, 당신께서 가르쳐 주신 계명을 지킴에 있어서
이 없어 시무룩한 며칠을 보내곤 하였다. 진실하고 부지런함으로 나아가려 한다. 그렇게 나는 그리스도의 향기가 되려고 내게
그러던 어느 날 4~5년 전 쯤 성전 신축을 위해 함양 주임신부님께서 본당을 방문하 허락해 주신 하루의 삶에 최선을 다하며 그분에게는 최고가 되고 싶다.
여 도움의 손길을 부탁하셨다. 그 신부님은 주일학교 시절에는 선배이었고 청년기에는 당신께서 부르시는 그 날 그리스도인으로 멋지게 잘 살았노라고 자랑하고프다.
학사님이었고 부제님이었다. 감히 고백해 본다.
이야기를 듣는 동안 ‘어쩌지?…….’ 소리 없는 고민을 하고 있을 때 고개를 살포시 드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는 순간 십자가 위 예수님과 눈이 딱 마주쳤다. ‘그날 하루 묵고 갔지? 방값 받으러 이 “당신은 공짜가 없으신 분이십니다. 그렇죠? 맞죠?”
제 왔다’라는 말이 들리는 듯하였다. 그리고 그 날의 하루가 어제 일처럼 생각나기 시
작하였다.
교사 MT를 갔을 때다. 지리산 계곡으로 갔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져서 계곡물이 불
어나는 바람에 교사들과 학사님들, 부제님들 모두 짐을 챙겨 황급히 그 곳을 벗어났다.
밤은 깊어가고 쉴 곳이 없어 걱정하고 있을 때 부제님이 함양성당으로 모두를 인도하
셨다. 우리는 그곳(주님의 날개밑?)에서 잠을 청할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주임 신부님으로부터 아름다운 음악과 향이 좋은 커피를 대접받고 돌
아왔다. 그 날 인도해 주신 부제님이 함양본당 주임신부님이 되어 신축 건립기금에 힘
을 보태어 달라하신다. 그 뿐 아니라 그 때 커피와 음악을 대접해 주신 신부님이 우리
본당 주임신부님이시다.
아! 그 날의 기억이 이토록 생생히 살아나는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부제님은 지금
그 본당 주임이 되셨고, 그 때 우리를 따뜻하게 대접해 주신 주임신부님은 본당의 주임
으로 계시고, 나는 그 날 거기서 묵었으니……. 삼박자가 딱 맞았다. 핑계도 대지 못하
고 도망도 못 가겠다. 너무나도 완벽한 시나리오로 고민을 덜어주고 있지 않은가! 나는
자연스럽게 시간의 이자를 생각하며 숙박료를 내놓았다.
“당신은 공짜가 없으신 분이시군요. 그 때가 언제인데요. 이렇게 돌려받으시는 건가
요?”
내가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모든 것은 그냥 주어졌다. 나를 만드시고 숨을 불어넣는
그 순간부터 무한한 사랑과 은총 안에서 자라게 하시고 앞으로도 그렇게 나를 살리실
것을 믿는다. 내가 받은 것에 감사함을 입으로만 노래하며 머물러 사는 것이 아니라 가
정과 교회와 이웃을 위해 감사의 값을 나눔으로 나아가기를 바라심을 이제는 안다.
180 덕산성당 25주년 발자취 제4부. 공동체의 아름다운 향기 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