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덕산성당 25년 발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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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어떤 순간, 특정 인물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과 그 시간 었는데, 참으로 묘하게도 내가 건물에서 마당으로 뛰어내리는 순간, 지붕에서는 작업
안에 함께 했던 모든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벌써 덕산성당이 설립 25 을 마무리 하고 남은 아스팔트 싱글과 조각들을 아래로 던졌습니다. 그것이 일초의 오
주년을 맞이할 준비를 하면서 전임신부들에게 한 원고 청탁을 받고 가만히 생각해 보 차도 없이 내 머리에 명중했던 것입니다.
니 어떤 목사님의 책 제목처럼 ‘돌아보니 모든 것은 하느님의 은총’이었습니다. 지금 같으면 병원으로 가서 사진을 찍어보거나 검사를 했겠지만 그 때만 해도 대수
제가 덕산성당에 부임한 것도, 새 성전을 지어 하느님께 봉헌한 것도, 특히 더불어 롭지 않게 여겼고, 또 현장소장이 하도 미안해하고 해서 그냥 지나쳐 버렸습니다.
살았던 4년 5개월의 날들이 모두 그렇습니다. 넉넉하지 않았던 살림살이를 아끼고 쪼 요즘 생각하면 내 기억력이 엄청 감퇴된 것이 그 이유가 아닌가 하고 핑계 아닌 핑계
개어 건립기금을 비축하고, 쌍화차는 주일학교 교사회 등 단체로 품목을 분담하여 만 를 대 봅니다. 죽을 뻔 한 이 사실을 하느님 말고 누가 또 아실런지?
들어 팔고, 바자회나 교구행사장에는 어김없이 나가서 좌판을 벌리고는 상행위(?)를 하
면서도 큰 불평 없이 따라 주었던 것들이 모두 감사할 제목으로 떠오릅니다. 2. 성전 공사를 시작하기 전부터 바로 앞 아파트 주민들과의 마찰은 계속 있었습니
특히 어떤 일을 하려고 할 때 사전에 미리 준비하고 치밀한 계획을 세워서가 아니라 다. 특히 주일날 주차 문제 때문이었지요. 아무리 신자들에게 공지를 해도 시간에 쫓기
순간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 많았던 저의 못된 성격과 사고방식 탓에 애태우고 마음 조 니까 아파트 바로 밑 길가에 주차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 중 특별히 시비를
렸을 회장단과 사목위원 여러분께도 감사드리고 아울러 용서를 청합니다. 좋으신 분들 많이 하는 자매님이 있었는데, 이 사건은 성당공사를 다 마무리하고 난 후에 생겼던 일
과 함께 했던 것은 제가 잘나서가 아니라 모두 하느님의 축복하심이란 것을 늦게야 깨 입니다.
닫습니다. 많은 일 중에서 그래도 가장 뚜렷이 남는 기억은 새 성전건축과 관계되는 일 하루는 그 기세등등하던 자매님이 거의 울상이 되어 찾아와서 사정을 하는 것입니
입니다. 다. 제발 성당 입구 베란다 위에 있는 것을 좀 치워 달라고요. 그것은 예수님의 평화상
이었습니다.
1. 성전 외부를 마무리할 무렵 어느 월요일. 아스팔트 싱글로 지붕공사를 마무리할 아니 성당에 세워진 예수님 상을 치워 달라니? 자초지종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해가
때였습니다. 되었습니다. 처음 베란다에 세워진 예수님 상은 그 높이가 4m는 족히 넘었고 너비도
오전 외출을 하기 전에 2층 수녀원 내부가 어떻게 되어가는 지를 보기 위해 건물 안 2.5m는 되었습니다. 누군가가 자기 집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해서 못 살겠다
으로 들어갔습니다. 아직 계단이 만들어지기 전이었기에 마당과 입구의 높이 차이가 는 것입니다.
좀 있었습니다. 그래서 현장을 직접 보자고 하여 성당 입구 정면에 있는 그 자매님의 3층 집 창문을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마당으로 내려서는 순간 청천하늘의 벼락을 맞고 그 자리에 쓰 여니 아뿔싸! 직선거리 10m도 안 되는 지점에서 커다란 예수님이 팔을 벌린 채로 그
러져 정신을 잃었습니다.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지만 누군가가 나를 흔들며 깨우기에 집을 내려다 보고 계신 것입니다.
눈을 떠 보니 현장 소장이 놀란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괜찮으시냐고 거 그 자매님이 신자였더라면 얼마나 좋은 조건이었겠습니까? 하지만 그렇지 못하였으
듭 묻기에 털고 일어나 앉았는데 머리가 좀 아팠습니다. 만져보니 피가 묻어났습니다. 니 꼭 감시당하는 기분이었겠다고 판단되어 장소를 옮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엇인가가 머리를 호되게 치긴 했는데……. 지금 성전 꼭대기 모서리에 억울하지만 좀 작은 예수님을 모시고 더 멀리서도, 더 많
알고 보니 그 사건은 이렇게 전개되었습니다. 제가 수녀원 건물 안으로 들어갈 때, 은 분들이 바라볼 수 있도록 하여 진정 교회 공동체가 참 평화를 주러 오신 예수님을
지붕에서는 작업을 마치고 마지막 정리를 하고 있었고 소장은 밑에서 감독을 하고 있 만날 수 있는 장소가 되기를 빌어 봅니다.
46 덕산성당 25주년 발자취 제1부. 인사말 및 회고사 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