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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복재는 무엇인가요?

 

 

어느 평일에, 미사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도 강론이 잘 써지지 않은 적이 있었다. 간신히 정리가 되어 출력을 하려는데 사제관 프린터기가 말을 듣지 않았다. 시간은 미사 시작 15분 전, 하는 수 없이 사무실로 출력을 하러 갔는데 성당에 일찌감치 와 있던 신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모두 자판기 커피를 한 잔씩 마시면서 말이다. 사무실로 들어선 신부를 보자 친절하게도 커피 한 잔을 뽑아서 건네 주는 것이 아닌가! “신부님, 커피 한 잔 드세요~” 헉!! ‘미사 시작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성당에 가서 묵상하거나 기도하지 않고 사무실에 모여 잡담하는 것도 마땅찮은데 거기에 커피까지~~. 이 교우들은 공복재도 모르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 점잖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알려주었다. “미사 시간 다 되었어요. 공복재 지키셔야죠.” 그러자 다음과 같은 대답이 들려왔다. “예? 공복재요? 그게 뭔데요?”

 

교회는 성체를 영할 신자들은 “영성체 전 적어도 한 시간 동안은 물과 약 외에는 어떤 식음도 삼가야 한다”(「교회법」, 제919조 제1항)고 가르치고 있는데 이를 ‘공복재(空腹齋)’ 또는 ‘공심재(空心齋)’라고 한다. 공복재에는 두 가지 예외가 있는데, ① 같은 날에 두 번이나 세 번 미사를 하는 사제의 경우, 영성체 한 시간 전이라도 조금 요기를 할 수 있으며, ② 노인들이나 병약자들뿐 아니라 그들을 간호하는 이들 역시 비록 한 시간 이내에 조금 먹었더라도 영성체할 수 있다(「교회법」, 제919조 제2항과 제3항 참조).

 

이러한 ‘단식’과 ‘전례’의 관계는 초기 교회 때부터 연결되어 있던 것으로(사도 13,2 참조), 오늘날까지 교회의 전통으로 ‘공복재’를 통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특히 1964년 이전까지는 영성체를 위한 공복재가 한밤중(자정)부터 시작되었기에, 미사는 대개의 경우 새벽에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한창이던 1964년 11월, 교황 바오로 6세께서는 공복재를 영성체 전 1시간으로 줄였고, 이후 저녁 미사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공복재는 단지 영성체 전에 음식을 먹지 못하도록 하여, 속을 비우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교회의 전통 안에서 단식과 같은 육체적 고행은 참회와 회개의 의미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하느님께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를 뜻하기 때문이다(1열왕 19,8 참조; 마태 6,18 참조). 이러한 면에서 공복재는 주님의 몸을 받아 모시기에 앞서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육적인 유혹을 끊는 정화의 의미를 담고 있다. 나아가 주님의 몸을 모실 준비를 함으로써 주님께 대한 존경과 흠숭을 표현하는 것이다.

 

어쩌면 주일 미사의 경우 강론이 길면, 미사 바로 전에 커피나 음료수, 과자나 빵을 먹어도 공복재를 지키는 것인지도 모른다. 영성체 할 때까지 ‘한 시간’을 계산해서 말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괜찮지 않느냐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교회가 신자들로 하여금 공복재를 지키도록 하는 이유는 단지 ‘영성체 한 시간 전에 음식을 못 먹게’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리스도의 몸’을 받아 모시기에 앞서 이루어져야 할 회개와 성찰과 같은 영적인 준비뿐만 아니라, 단식을 통해 절제와 극기와 같은 육적인 준비 또한 정성껏 하도록 하는데 있는 것이다.

 

[2017년 7월 2일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 경축 이동 청주주보 4면, 김대섭 바오로 신부(청주교구 복음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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