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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흔한 번째 생신을 맞으신 표종관 요셉 형제님께

요셉 형제님,

어느덧 또 한 해가 지나 형제님께서 아흔한 번째 생신을 맞이하셨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지난해 구순을 함께 기뻐하던 시간이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다시 생신 인사를 드릴 수 있음이 감사하고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형제님과 인연을 맺고 본당 연령회 봉사를 함깨한 세월 십 수 년,

그리고 함께 미사에 참례하며 오간 시간 어언 십 년이 지났습니다..

그 긴 시간 속에서 저는 형제님께 많은 것을 배우고, 또 마음에 담아두었습니다.

 

지난 달, 형제님의 영명 축일이 있던 미사 시간. 

신부님께서 "표종관 요셉 형제님의 영육간의 건강을 위하여"라고 말씀하셨을 때,

그리고 미사 후 여러 교우들이 형제님께 축하 인사를 전할 때,

형제님의 환한 미소와 주님 안에서 누리시는 평안을 보았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좋아 제 마음을 따뜻하게 밝혀 주었습니다.

 

미사를 마치고 돌아가실 때마다,

"나는 참 행복하다"고 하시던 형제님의 말씀이

지금도 제 마음에 잔잔히 남아 있습니다.

그 한마디 속에는 살아오신 신앙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 들어 기력이 예전 같지 않으시고,

기억도 가끔은 흐릿해지시는 모습을 뵐 때면

마음이 짠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해 봅니다.

세상을 향해 열려 있던 감각들이 조금씩 닫혀가는 것은, 어쩌면 하느님께서

형제님의 마음을 더 깊은 평안으로 이끄시는 과정이 아닐까 하고요.

 

사물이 또렷이 보이지 않는 것도 세상의 여러 모습에 덜 마음을 빼엇가게

하려는 배려일 수 있고, 청력이 예전 같지 않으신 것도 불필요한 말들로부터

벗어나 더 고요한 가운데 머무르게 하시는 은총일지 모르겠습니다.

 

존경하는 요셉 형제님,

형제님께서 걸어오신 길은 그 자체로

이미 충분히 아름답고 값진 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랜 세월 신앙 안에서 살아오시며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나누어 주셨고,

그 모습은 지금도 변함없이 제에게 큰 울림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제는 무엇을 더 이루어야 할 시간이라기보다

지금까지 살아오신 삶을 조용히 바라보시며

하느님 안에서 평안히 쉬어 가실 시간이라 여겨집니다.

 

노년의 시간은 결코 부족함이 아니라 자신에게 온전히 

머물며 삶의 깊이를 누리는 은총의 때라 여깁니다.

부디 날마다 주님 안에서 가볍고 평안한 마음으로 지내시기를 기도드립니다.

 

그러한 기도의 마음으로 지난 성목요일 미사 후에는,

주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신 것처럼 저도 형제님의

발을 씻겨 드리며 겸손과 봉사와 사랑을 되새겼습니다.

형제님과 손을 맞잡고 드린 기도 속에서 우리는 하늘과 땅이 맞닿은 듯한

깊은 평화를 느꼈고, 그때 형제님 얼굴에 비치던 감사와 감동의

빛을 오래토록 기억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요셉 형제님,

아흔한 번째 생신을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앞으로의 시간도 지금처럼 주님께서 늘 함께하시고

걸음마다 은총으로 지켜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

 

형제님과 함께한 시간에 감사드리며,

늘 건강하시고 주님의 평화가 함께하시기를 빕니다.

-2026419일 김종복 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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