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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Et cum spiritu tuo)

 

 

우리말 새 「로마 미사 경본」에서 번역상 바뀐 일부 표현들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특징은 라틴어 원문을 충실하고 정확하게 옮기고자 한 의도가 두드러진다는 점일 것이다.

 

사실 이러한 모국어 번역의 원칙은 2001년에 나온 교황청 경신성사성의 훈령 「진정한 전례」에서 제시된 구체적인 지침을 따른 것이다. 특히 이 훈령의 56항에서는 고대 교회의 신앙 유산에서 온 특정 표현들은 되도록 직역함으로써 그 의미를 보존하도록 규정하였는데,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라는 사제의 인사말에 교우들이 응답하는 부분이다. 이에 따라 종전의 우리말 번역에서 “또한 사제와 함께”로 응답했던 것을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로 직역함으로써 원문의 ‘spiritus’(영)라는 표현을 더 분명히 나타낸 것이다. 많은 이들이 이미 익숙해진 기존의 표현을 대체해야 할 정도로 이것이 그토록 중요한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성찬례를 비롯한 여러 전례와 성사 거행 안에서 자주 사용되는 이 인사말은 전통적으로 서품을 받은 성직자들(주교, 사제, 부제)에게 유보된 표현으로 사용되어 왔다. 이것은 평신도가 말씀 전례나 일부 축복 예식을 주례하는 특별한 경우에 다양한 형태의 인사말에 단순히 “아멘”으로 응답하는 것과는 차이를 드러내는 것이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교회의 전례 규범을 담고 있는 3세기 초의 문헌 「사도 전승」에 실린 ‘서품 기도’ 안에서 우리는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라는 표현이 의미하는 바를 되새겨볼 만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주례 주교는 안수 후에 이어지는 서품 기도에서 하느님께 각 직무에 필요한 영의 능력을 청하는데, 주교 서품에서는 ‘위대한 영’ 또는 ‘대사제의 영’을, 사제 서품에서는 ‘은총과 의견의 영’을, 부제 서품에서는 ‘은총과 열의와 열성의 영’을 언급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영’(spiritus)은 하느님으로부터 위임받은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서품 때에 주어지는 성령의 특별한 은사를 가리킨다. 하느님에게서 오는 이 영의 능력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거룩한 사도들에게 주어졌고 성품 성사를 통해서 특별히 성화와 봉사의 직무로 불림 받은 이들에게도 주어진다.

 

따라서 전례에서 사제와 신자들이 나누는 이 대화는 단순한 인사말의 의미를 넘어서 교회 공동체가 교회 생활의 정점이자 원천인 전례를 거행할 때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점을 상기시켜 준다. 우선 사제가 팔을 벌리며 교우들을 향해서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라고 말할 때 우리 가운데, 곧 함께 모인 공동체와 함께 계신 주님의 현존을 깊이 의식하도록 초대하는 것이다. 그리고 교우들은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라고 바로 응답함으로써 서품 때에 사제에게 주어진 성령의 특별한 은사에 힘입어 지금 거룩한 전례가 거행된다는 확신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로써 주님의 현존 안에 함께 모인 교회의 신비가 드러나게 된다.

 

이 새로운 표현이 처음에는 생소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그 의미를 되새긴다면 오히려 사제에게나 신자들에게나 전례 안에서의 하느님의 특별한 현존과 활동을 더 분명히 드러내는 표지가 될 것이다. 다만 신자들이 응답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 주교나 신부를 향해서는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라고 응답하지만 부제에게는 “또한 부제의 영과 함께”라고 응답한다는 것이다. 주교품과 결합된 사제 직무는 주교의 협력자인 신부에게도 해당되지만, 부제는 전통적으로 사제직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봉사 직무를 위하여 서품을 받기 때문이다. 이는 본디 “또한 당신의 영과 함께”라고 직역되어야 할 라틴어 원문을 우리말 어법에 알맞게 표현하려다보니 생겨난 현상일 뿐이다. 

 

[2017년 11월 12일 연중 제32주일 인천주보 4면, 김기태 사도요한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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