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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과 함께 식탁에 앉으셨을 때, 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그러자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그들에게서 사라지셨다”(루카 24,30-31).

 

이제 우리는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의 이야기에서 가장 절정을 이루는 순간을 맞이한다. 이 순간은 미사의 성찬 전례와 영성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낯선 이’의 모습으로 초대받으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집에 들어가시자 그 집이 주님의 집이 된다. 예수님께서는 더 이상 손님이 아니라 주인으로서 식탁에서 친히 빵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 주신다. 손님이 주인이 되는 이 주객전도로 말미암아 ‘눈이 가리어’ 주님을 알아보지 못했던 제자들이 비로소 ‘눈이 열려’ 그분을 알아보게 된다. 이로써 최후의 만찬에서 고독한 모습으로 빵을 떼어 나누어 주셨던 주님께서 이제 제자들과의 온전한 일치 속에서 당신의 현존을 드러내신다. ‘빵을 떼어 주시는’ 이 단순한 행위로도 제자들이 그분을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은 주님의 말씀으로 이미 그들의 정신이 빛을 받고 마음이 불타올랐기 때문일 것이다. 루카 복음은 예수님과 제자들 사이에서 이루어진 이 충만한 일치의 순간을 드러내기 위해 “그분께서는 그들에게서 사라지셨다.”(루카 24,31)고 표현했다. 제자들이 주님의 현존을 깊이 깨닫게 된 바로 그 순간 그동안 그들에게 절망의 원인이었던 ‘주님의 가시적 현존’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된 것이다.

 

신앙의 본질은 일상의 구체적인 삶 속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현존을 의식하고 깨닫는 데 있다. 우리가 열두 제자처럼 썩어 없어질 육신의 감각으로 예수님을 직접 보고 듣고 만질 수 없다손 치더라도 그분과의 거룩한 일치의 길은 언제나 열려 있다. 특히 미사의 영성체에서 우리는 탁월한 방식으로 이 일치에 이르게 된다. 바오로 사도는 영성체의 의미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축복하는 그 축복의 잔은 그리스도의 피에 동참하는 것이 아닙니까? 우리가 떼는 빵은 그리스도의 몸에 동참하는 것이 아닙니까? 빵이 하나이므로 우리는 여럿일지라도 한 몸입니다. 우리 모두 한 빵을 함께 나누기 때문입니다”(1코린 10,16-17).

 

사랑이 깊어질수록 하나가 되고자 하는 열망이 커지기 마련이다. 십자가에 죽기까지 인간을 지극히 사랑하신 예수님께서는 우리와 하나가 되도록 당신의 살과 피를 생명의 음식과 음료로 내어주셨다. 이처럼 엠마오의 두 제자가 예수님께 그들과 ‘함께’ 머무르시기를 요청하였을 때, 예수님께서는 훨씬 더 큰 선물을 주심으로써 그들의 요청에 응답하셨다. 곧 예수님께서는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음식이 되실 정도로 자기 자신을 낮추심으로써 그들 ‘안’에 머무시는 방법을 찾으셨던 것이다. 이 끊임없는 자기 비허(卑虛, 온전히 비워내는 것)와 자기낮춤의 자세야말로 예수님께서 인간을 사랑하시는 유일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수님처럼 자신을 낮춘 이는 아무도 없다. 말씀이 가장 비천한 사람이 되신 강생의 신비에서부터 십자가에 죽기까지 순종하신 파스카 신비에 이르기까지 예수님의 사랑은 당신 자신을 낮추고 또 낮추는 행위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우리가 영성체를 통해 주님의 몸과 피를 모실 때마다 이것을 기억해야 한다. 예수님과 일치한다는 것은 우리가 예수님처럼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수님처럼 말하고 행동하며 그분과 같은 운명을 짊어지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이 일치는 필연적으로 우리를 하나의 몸이 되게 한다.

 

성찬례는 그 본질상 모든 이를 일치에로 모으는 공동체적인 거행이다. 성찬례 거행의 질료인 빵과 포도주도 이것을 증명한다. 하나의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각자가 자기 자신에게서 죽는 것이 필요하다. 밀알은 부수어져야 하고 포도송이는 으깨어져야 한다.

 

[2017년 1월 22일 연중 제3주일 인천주보 4면, 김기태 사도요한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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