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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기억’한다는 것, 사람을 ’기억’한다는 것, 그것은 우리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위대한 능력 가운데 하나이다. 인간이 갖는 기억은 사물들을 다스리고 세상을 지배하는 능력으로 이어진다. 똑같이 배웠어도 그것을 얼마나 많이 기억해 내느냐를 능력의 차이로 이해한다. 또 일상에서도 기억해 내는 정도를 보고 관심과 사랑과 우정의 정도를 논하기도 한다.

 

한 해를 지내면서 우리는 기억하는 날들이 많다. 한 해 가운데 때가 되면 가족과 친지와 친구들의 생일을 기억하고 축하해 준다. 또 때가 되어 새해가 시작되면 지난 한 해를 기억하고, 계절이 바뀌면 반복되는 그 계절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난다. 절기가 되면, 우리는 그 날들을 기억한다. 무더운 여름에는 복날을 기억하고, 여름의 끝에서 입추를 생각하고 시원한 날씨를 기다린다. 또 명절을 기억하고 명절을 잘 지내려고 준비한다.

 

이렇게 우리에게 기억은 삶을 꾸려나가는 능력이요, 시간을 살아가는 지혜가 담겨있다. 이제 여름이 가고 가을이 성큼 다가온다. 가을이 되면 흔히 기억나는 것들이 있다. 무더운 햇살 아래에서 여문 결실의 수확이 기억난다. 또 나뭇잎이 물드는 단풍이 생각난다.

 

가을에 접어든 이 계절에 우리는 꼭 기억해야 할 명절을 지낸다. 그것은 곧 한가위 추석 명절이다.

 

우리 한국교회는 전통적으로 설 명절과 더불어 한가위 추석 명절을 교회 안에서 거룩하게 지내왔다. 우리의 아름다운 풍습이자 기억을 소홀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추석 명절은 우리 전통의 농경질서에 따라 만들어진 여러 절기들 가운데 한 가지이다. 그 가운데 음력 8월 보름 곧 한가위를 가장 풍성하고 넉넉한 절기로 기억한다. 한가위가 되면 들판은 황금물결을 이루고, 여러 과실들이 즐거움을 더해준다. 풍성한 수확의 절기로 넉넉한 마음을 갖게 되는 때이다. 이때에 교회는, 이러한 넉넉함 위에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조상께 성묘하고 어른들께 문안을 드리고 모두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잔치를 거행한다.

 

그렇다면, 한가위 추석 명절이 우리 신앙인에게 주는 깊은 의미는 무엇일까? 원래 한가위 잔치는, 서양의 위령제사가 하느님의 품으로 떠나가신 조상들을 위로하는 것인 데 비해, 살아있는 우리들과 함께 어우러져 조상들과 함께 축제에 참여하는 것이 그 특징이다. 우리는 가장 크고 기쁘고 넉넉한 날에 조상들을 기억하고 그들과 교류하며 잔치의 중심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제사도 올리고 성묘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날 미사 전례는 죽은 조상을 위한 청원을 중심으로 한 세 가지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

 

① 우리보다 먼저 하느님의 품으로 떠나가신 조상들의 영혼이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기를 기원한다.(감사송).

② 풍요로운 오늘을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특히 우리를 구원하신 그리스도의 희생에 감사드린다.(입당송).

③ 또 우리 민족의 축제를 맞아 평화와 번영을 하느님께 청하기도 한다.(본기도).

 

독서 말씀은 주로 넉넉한 이때에 베풀어주신 축복에 대한 감사가 중심을 이루는 주된 내용이다. 하느님께서 베풀어주신 풍요로움과 넉넉함을 전하는 것은 하느님께 우리가 순종하였기 때문이라는 축복의 말씀(제1독서), 풍요로움의 재물에 현혹되지 말고 베풀어주신 하느님의 은총을 기억하라는 말씀(복음), 따라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섬기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라는 묵시록의 말씀(제2독서)을 듣는다.

 

따라서 이날 전례의 핵심은 하느님의 축복에 대한 감사와 주님께 더욱 충실하고 겸손한 자세를 갖출 것을 우리에게 일깨우고 ’상기’시킨다. 또한 마지막 날의 하느님 나라 축제를 미리 맛보고 느끼는 충만한 기쁨을 가르쳐주고 있다.

 

한가위 명절은 참으로 우리의 마음을 넉넉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느긋하면서도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해준다. 늘 바쁘고 조급했던 우리의 마음을 하느님의 축복 받은 마음으로 되돌려준다. 이것이 본래 우리 인간의 참모습이다. 그래서 한가위는 하느님의 자녀다운 모습임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기억’시켜 주는 때인 것이다.

 

한가위 명절, 하느님의 축복 받은 자녀임을 겸손되이 기억하고, 그 베푸신 은총에 감사하자. 우리와 함께 먼저 떠나가신 조상님들을 찾아뵙고 풍성함 가운데 넉넉하고 여유로운 마음들을 되찾아보자.

 

[나기정 다니엘/ 신부, 대구효성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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