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2)

by 사목회장 posted Apr 0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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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교회의 초상] 한국 교회사는 한국사의 일부인가
                                                                                                                      
이찬수


한국사적 의미를 읽어낼 수 없는 한국의 그리스도교
 
언젠가 한국의 그리스도교는 한국의 전통적 종교문화를 어떻게 보아왔는지, 지난 200여 년간의 역사를 공부하며 정리한 적이 있다. 요지는 가톨릭이든 개신교든, 한국 그리스도교는 한국이라는공간안에 있기는 하지만, 아직한국적인종교라고 할 수는 없다는 내용이었다.

가령 그리스도교는 가톨릭과 개신교를 합해 1,500만 이상의 신자가 있다지만, 한국의 역사를 다루는 대부분의 단행본에서 그리스도교를 한국사의 일부로 본격적으로 다루는 경우는 드물다. 그에 비해, 가령 천도교 신자는 미미하지만, 동학(과 천도교)을 다루는 부분은 그리스도교를 다루는 부분보다 훨씬 많다. 이것은 역사학자들의 눈에 동학(과 천도교)은 한국적인 사건이자 사상인 데 비해, 그리스도교(서학)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국사학자들이 그리스도교에서 한국사적 의미를 읽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이들에게 그리스도교는 특정한 이들을 위한, 특정한 이들과만 연결된, 탈역사적인 현상들이라는 이미지가 더 크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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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것은 그리스도교의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은 데서 오는 불가피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보면 그리스도교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기도 하다. 지난 200여 년간 발행된 한국 그리스도교 관련 문헌들을 두루 정리해 보면, 이 문헌들 대부분은 종파적 호교론 안에 있으며, 한국 문화는 그리스도교의 은혜를 입어야 할 연약하거나 무가치한 존재로 간주하는 경향이 컸다. 20세기 후반 들어 한국 문화에 대한 가치를 재발견하고, 한국 문화에 빚지고 살 수 밖에 없는 그리스도교의 실상에 눈뜨는 이들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한국 역사학자들이 자기우월적 그리스도교에서 한국사적 의미를 적극 도출해 낼 수 없었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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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적 시각이 반영되지 않은 한국 교회사

 
실제로 한국 종교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이해 또는 오해는 한국 교회사를 다룬 최초의 대작인 달레의한국천주교회사”(1874)에서부터 강력하게 드러난다. 이 책에 따르면, 조선은 오랜 역사에 비해 조상숭배, 점복, 푸닥거리 등 미신적인 행위가 활개치고 있으며, 유교와 불교라는 저급한 종교적 전통들만 지니고 있다는 식으로 묘사한다. 특별한 신앙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며, 유교든 불교든 그저 무신론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보인다. 조선 천지에는 귀신만 가득 차있다는 식이다. 물론 이 책의 저자인 달레는 한국에 한 번도 들어와 본 적이 없었으며, 그만큼 한국에 대한 편견과 오해도 크게 가지고 있었다는 한계도 뚜렷했다. 그렇다면 한국인이 쓴 한국 교회사는 어떠했을까.

한국인이 쓴 최초의 한국 교회사인 유홍렬의한국천주교회사를 보면, 거기서도 천주교 우월적 호교론과 몰민족적 태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천주교의 전래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라면조선은 소인국이라는, 조선비하적인 태도가 빈번히 드러나고, 조선시대 천주교도에게 가해진 박해는하잘 것 없는 정권 다툼과 타인을 흠뜯는” “당파싸움 판에” “줏대 없고 얼 빠진 정치 하에서” “희생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볼 정도로, 한국사학자의 책임에도, 한국사적인 시각은 별반 반영되어 있지 못했다. 그러면서 천주교인이 된 이들은 모두 훌륭하다는 식의 호교론적 평가가 두드러진다. 배타적이고 자기중심적 호교론의 틀 안에 갇혀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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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종교로서 적극적으로 해석되려면

 
이러한 흐름은 최석우 신부에 이르면 완화된다. 여기서 한국 문화와 교회사 간 극단적인 이분법은 사라져간다. 그렇지만 가만 보면 그에게서도 주체는 여전히 교회이다. 그의 연구에서도 한국 역사와 한국 교회사는 여전히 분리되어 있었다. 그러다가 한국 교회사를 한국 역사의 일부로 다룰 줄 아는 안목은 조광 교수 등에게서 보이기 시작한다. 그는 교회사를 한국역사의 빛에서 해석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종교를 상대화시킬 줄도 알고, 한국 교회의 절대성과 상대성, 보편성과 특수성을 구별하는 모습도 보인다. 한국 교회사 연구를 한국 역사적 지평 안에서 보면서 해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보통의 한국사 연구자들도 그리스도교가 한국의 종교라는 인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교회사가 이러한 흐름을 타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자기비평적, 한국 문화 포용적 자세는 여전히 학자들의 개인적 연구와 입장을 통해서만 드러나고 있는 듯하다. 교회 안에서 공식적으로 한국의 전통적 종교와 문화를 포용하고 가치를 적극적으로 발견하는 일은 아직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한국 역사학자들이 한국 그리스도교를 한국사의 중요한 일부로 소화해서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할 정도의 자리에는 아직도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국의 종교학자의 눈에, 역사학자의 눈에 그리스도교가 한국의 종교로서 적극적으로 해석되고, 그만큼 한국의 역사가 풍요롭게 서술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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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수 - 서강대학교에서 종교신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종교신학의 이해”, “인간은 신의 암호를 펴냈다. 지금 종교문화원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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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잡지, 2009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