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 아래, 당신

by 김종복(요셉) posted Apr 12,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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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꽃비 아래, 당신

정오의 빛이 조용히 내려앉고

바람은 봄의 이름을 부르듯 흔들이던 날.

 

벚꽃은 끝내 말을 다 하지 못한 채

하늘에서 천천히 흩어지고 있었다.

 

그 길 위에

당신이 서 있었다.

 

당신은 한동안 꽃비룰 바라보다가

문득, 아이처럼 손을 들어 올렸다.

 

잡히지 않을것을 알면서도

닿고 싶은 마음으로.

 

가볍게,

그러나 환하게 웃으며.

 

나는 그 장면을 잊지 못한다.

 

지는 꽃 때문이 아니라

그 속에 서 있던 당신이

너무도 맑은 빛이었기 때문에.

 

닿지 않는 것을 향해 뻗던 그 손이

왜 그토록 사랑스러웠는지

아직도 알 수 없다.

 

그저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당신이 내 곁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조용한 기적인지를

꽃잎을 놓아주던 당신의 미소는,

 

벚꽃보다 오래

바람보다 깊게

내 안에 남아 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안다.

 

사랑은 

붙잡는 일이 아니라,

 

한 사람을

이토록 오래 바라보는 일이라는 것을.

 

그리고 지금도

 

나는 

당신을 바라본다.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그날 하늘 아래에서

당신이 보여주었던

그 맑고 사랑스러운 미소를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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